운남 지역을 여행하다보면 어느 지역을 가도 계곡이나 하천에 흐르는 물들은 대개 벌건 흙탕물인 경우를 보게 됩니다. 그래서 호텔이나 식당 어디를 가든 마시는 물은 당연히 생수를 마십니다. 거기에 비하면 경매지역은 드물게도 유난히도 맑고 깨끗한 물이 흐르기 때문에 현지 사람들은 자기 동네에선 생수를 사마시지 않고 계곡물을 바로 마실 수 있다며 자랑스러워합니다.
경매지역에서 자라는 차나무는 중엽종으로 다른 지역의 대엽종 찻잎에 비해 잎이 좀 작은 편입니다. 대개 중엽종의 차가 향이 좋은 특징이 있는데, 경매차가 대표적입니다. 향으로 치면 운남 지역에서 생산되는 모든 차 중 경매 지역의 차를 단연 최고로 꼽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흔히 경매차를 보이차의 여왕이라고 부릅니다. 그런 연유로 최근 몇 년 간 유럽이나 일본 쪽 사람들이 경매지역의 고수차를 싹쓸이 해가는 바람에 현지에서 거래되는 차청 가격이 예전에 비해 엄청나게 많이 오른 상황입니다.
이차는 2011년 9월, 경매 지역을 방문해 고차수를 보유하고 있는 현지인을 찾아가 채엽, 가공의 과정을 함께 지켜보면서 직접 사들인 모차(2011년 9월 29일 채엽)에 2011년 봄차를 병배하여 제작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봄차는 맛이 상대적으로 깊고 가을차는 향이 더 뛰어난 편입니다. 현지의 대행인에게 포장지에 곡화차를 명기하도록 주문했는데, 포장지 하단에 조춘차라고 표기가 되어 있네요.
맑고 기름진 차탕은 입술에서부터 목구멍까지 부드럽게 감기는 맛과 은은한 경매의 향을 끊임없이 선사해 줍니다.
몇차례 우려낸 엽저를 모아서 찍어보았습니다. 다양한 크기의 잎들은 '다양성의 조화'라고 하는 보이차의 특성을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고급스럽고 상그러운 맛과 향을 가진 경매 고수차-좀더 특별한 보이차의 세계를 경험해 보시기 바랍니다.